





킹메이커 : ‘왕을 만든 사람’이라는 뜻으로 누군가를 권좌에 올릴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 왕을 만든 사람. 이 단어대로 그는 이 부패해가던 나라의 안정과 평안을 위하여 다음 황제를 제 스스로가 정해 혁명을 일으켜 왕의 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혁명가이자 현 니플헤임의 군주도 폭군의 목은 자신이 베었지만 그가 없었다면 혁명을 할 용기도, 성공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라는 말을 하였다고. 이 황제의 말 덕분에 자칫하면 가려질 수 있었던 세케슈페헤르바르의 공이 드러나게 되어 킹메이커라는 칭호도 부여받을 수 있게 되었다. 정작 그는 이 칭호를 부끄러워 하는 것 같지만...

' 저는 당신을… ... '




5. 은신
그는 혁명이 끝난 후 조용히 지내길 택했다. 대외적으론 자취를 감추었다곤 했으나 현 니플헤임의 황제의 뒤에서 여전히 그를 도와주는 중이다. 혹시 모를 반란분자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는 죄책감에 휩싸여 불안정한 상태이기에 우선은 안정을 취해야 했기 때문이다.
6. 몸상태
세케슈의 몸은 그닥 좋지 않은 상황이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길어봐야 2년정도만 버틸 수 있는 상태. 과거에 대신들이 그를 해치려 독극물을 먹이거나, 치사량의 약을 먹이던 것이 현재까지 영향을 주고있다. 이는 제 4황자와 세케슈, 둘만 알던 사실이라 제 4황자가 살아있었을 적엔 대처를 하여 몸의 악화를 미룰 수는 있었지만 현재 기억을 잃은 상태인 세케슈는 그저 자신이 원래 이러한 줄로만 알고 있고, 남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알리지도 않은 상황이다.

리히트슈베르트, 칼날에는 니플헤임어로 네 죄는 네 피로만 사하여지리라. 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그대, 니플헤임의 아이여.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골목. 그 골목을 몇년동안이나 지켜오던 아이가 있었다. 부모에게 버려진 것인지, 혼자 나왔다가 길을 잃어 이대로 지내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아이는 그저 자신이 먹고 살 수 있기만 하면 되었다. 여느 때와 같이 오늘도 굶주린 제 배를 채우기 위해 밖으로 나선 날이었다.
가게 주인이 다른 곳에 한눈 팔려 있을 때에 순식간에 음식을 훔치고 달아나던 중, 자신에게로 달려오고 있는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놀란 아이는 마차를 피하려고 했지만 그대로 몸이 굳어버려 움직이질 못했다. 다행히도 마차가 속도를 급하게 줄여 그대로 치이진 않았지만, 결국 마차의 말과 약하게 부딪혔다. 뒤로 나동그라진 아이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마차를 쳐다보니 보통 높으신 사람이 아닌 분이 탈 법한 화려한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호위기사로 보이는 자가 제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이자, 아이는 큰일났다 싶어 도망치려고 했지만 다리의 힘이 풀려 도저히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는 호위기사의 손이 칼 쪽으로 가는 것을 보며 그저 공포에 질린 채로 눈물을 떨구는 것 밖에 못했다. 이제 죽는구나, 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차가운 칼날이 제 목에 들어오는 대신 따뜻한 손이 제 손목을 잡는 것이 느껴졌다. 눈을 슬쩍 떠보니 호위기사의 주인인 것처럼 보이는 자가 자신을 일으켜 세워주며 다짜고짜 제 마차에 태웠다. 아이는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고, 호위기사 또한 그래보였다. 호위기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뭐라 말하였지만 주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얼른 가자고만 재촉할 뿐이었다. 그 고집에 호위기사도 어쩌지 못하는 채로 결국 말을 다시 몰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것이 제 4황자와 아이의 첫 만남이자 관계의 시작이었다.
그대는 항상 나의 곁에 머물며
마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마치 황궁같은 곳. 아니, 이곳은 황궁이 맞았다. 주워듣기만 한 지식만 있는 아이라도 이 곳이 제 나라의 황제가 살 법한 것이란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이가 당황한 표정으로 제 옆에 있는 자를 바라보자, 그는 환히 웃으며 내가 제 4황자인 걸 몰랐어? 라며 가볍게 묻기만 할 뿐이었다.
제 4황자는 자신에게는 같이 놀아줄 또래의 사람이 필요하고, 더불어 이 아이가 제 집사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명목이란 이름의 고집을 부려 아이를 제 4황자의 궁에서 지내게 해주었다. 이렇게 된 이상, 집사의 역할은 해야하긴 하니 기본적인 지식과 예절, 예술 등을 배웠다.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지 머리가 좋았던 아이는 금새 집사의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덧붙여, 황자가 아이를 황족과 가까운 가문에 입적시켜주면서 아이가 이름이 없다는 것을 알곤 자기가 이름을 지어주고 싶다며 겨울의 나라라는 나라의 별명과 어울리게 새하얀 성의 도시라는 뜻인 '세케슈페헤르바르' 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아이는 그 이름이 썩 마음에 들었다. 애칭인 세케슈도. 출신이 불분명하고 길가에서 떠돌던 세케슈를 아니꼽게 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왕좌와는 거리가 먼 제 4황자의 집사이기에 심하게 괴롭히는 자들도 딱히 없었다. 황자와 세케슈는 함께 하루하루를 보냈다. 즐겁고, 행복한 날들을.
내가 바른 길로 갈 수 있게 인도해주나
6년 후, 황제가 서거하였다. 원인은 불명이지만, 나이가 꽤나 있었던 만큼 자연사일 것이라 추정할 뿐이었다.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누구도 딱히 알려 하지 않았다. 그는 전부터 방탕한 생활을 하고 과도한 세금을 내라하는 등, 그로 인해 민심을 잃은 어리석은 황제였으니. 대신들은 곧바로 다음 황제가 될 제 1황자의 대관식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며칠도 지나지 않아 제 1황자도 원인불명으로 사망하였다. 슬슬 말이 나올 법도 했지만 내부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제 2황자는 이 사태에 화를 참지 못하고 대신들과 신경전을 벌이다, 잠시 출궁을 한 날 추락사로 사망하였다. 이에 제 3황자는 두려움에 떨며 왕위계승을 포기한다. 지금까지의 사건들이 모두 의문스러움에도 대신들은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질서정연했다. 제 4황자와 세케슈 또한 이 상황에 대해 이질감을 느꼈으나, 함부로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결국 왕위계승은 정치에 무지한, 채 14살밖에 되지 않은 제 4황자에게 물려졌다.
니플헤임의 새로운 황제. 1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르자, 대신들은 그것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서서히 황제의 결정에 참견을 하기 시작했다. 아직 어려서 잘 모르실 것 같다, 정치에 대한 공부를 다른 황자보다 덜하였으니 걱정스럽다, 저희가 오랜 기간동안 일을 해왔으니 저희의 방향대로 하는 것이 좋다. 아직 어린 황제는 뭐라 반박하지도 못하고 점차 대신들에게 휘둘리기 시작했다. 그는 무능력한 황제가 되어가고, 세간에선 악명을 떨치는 폭군이 되어갔다.
혹여, 내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었을 때에
세케슈는 옆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봤다. 이전 사건의 이질감과 대신들에게 휘둘리는 황제를 보며 분명 무언가가 있을 것이단 생각에 남몰래 뒷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꽤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내었다. 황제의 다음으로 권력을 가진 권세가들끼리 모여 만들어진 조정은 꽤나 전부터 있어왔지만 그리 큰 권력이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했던가. 그랬던 그들이 점차 황제에 맞먹는 권력을 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선황, 어쩌면 그 위의 선황때부터 황제를 자신들의 편으로 만들거나 무능하게 만든 다음 왕의 권력을 이용해 온갖 일을 해온 것이다. 선황이 벌였다던 일들의 대부분도 선황의 뒤에 숨어 대신들이 했던 짓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선황이 점점 나이가 들수록 자신의 고집이 세져 자신들의 뜻대로 하기가 힘들자 정치에 무지하고 어린 황제를 새로 세울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그래, 그들이 한 짓은 명백히 민족과 황족에 대한 기만이며, 죄악이었다.
세케슈는 결심했다. 이 썩어빠진 나라를 바꾸자고. 반역이 될지도, 혁명이 될지도 모르는 이 계획을 제 품에 안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세케슈는 내부 감시라는 명목 하에 다른 황실 사람들을 간간히 만나며 제 뜻에 따라줄 법한 사람을 물색했다. 그러다 제 7황자를 만나고, 그를 택하여 이 계획의 선두로 세우게 된다. 낮에는 자신도 황제를 돌보기 위해서 황실의 구체적인 사항을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는 명목으로 장부나 황실 일정, 그 외 자잘한 정보라도 빠트리지 않고 알아보고, 밤이면 제 7황자와 자신들을 따라줄 무리와 함께 계획 등을 모의하였다. 세케슈는 당연하게도 대신들의 의심을 받았다. 대신들은 세케슈를 끌어내리려 황제에게 말은 해보았지만, 황제는 세케슈에 대한 것만큼은 절대로 물러서지 않았기에 직접적으로 건드릴 수가 없었다. 결국 간접적으로 해를 가해보려 시도는 했으나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자신의 편을 모아 힘을 기르고, 계획을 세워 적당한 때를 노리길 장장 4년. 드디어 적합한 날이 찾아왔다. 일부는 대신들을 마주하고, 일부는 황궁을 함락시키고, 세케슈와 제 7황자는 황제를 만나기로 하였다. 자신들의 신호로 정해놓은 성당의 종이 울리고, 함성이 왕궁을 메웠다.
그 손으로 날 끝마쳐줘.
세케슈와 제 7황자가 알현실에 들어가자 보이는 것은 조용히 창 밖을 응시하고 있는 황제.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그저 왔느냐며 짧은 물음을 던졌다. 세케슈는 아무 답도 할 수 없었다. 이미 반역, 혹은 혁명을 각오하면서 수천번이나 다짐을 했지만 실제로 이 상황에 떨어지니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 7황자는 그런 세케슈의 어깨를 가볍게 누르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검을 빼들고 황제에게 겨누며 혁명을 선언했다. 황제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천천히 몸을 돌리며 그 둘을 응시했다. 그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는 순순히 둘에게 잡히고, 처형식이 시작될 때까지 지하 감옥에 가둬지게 되었다. 세케슈는 황제가 세간에선 폭군이라곤 불린다지만 사건의 전말을 알고있는 자로서, 그동안 함께 해온 자로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를 탈출시키려 그날 밤 지하 감옥으로 갔지만 그는 거부했다. 세케슈만은 자신이 폭군이라 불리게 된 과정을 알고 있지만 다른 이들은 모르니 난데없이 탈출해 사라져버린다면 혁명의 기는 꺾이고 나라는 또 다시 불안정해질 것이라고. 자신보다 나라를 보라고. 그렇게 물기어린 밤의 달이 아스라지고 해가 떠올랐다. 황제는 처형대에 올랐다. 사람들은 야유하고 폭언을 퍼부었다. 세케슈는 그 광경을 조용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제 7황자는 리히트슈베르트를 빼들고 황제에게 겨누었다. 처형의 시작을 알리는 성당의 종이 세 번 울리고, 황제의 피가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렇게 혁명은 성공적으로 막을 거두었다. 니플헤임에는 폭군을 죽인 새 군주가 자리잡고, 옛 대신들은 모두 처형당하여 부패한 세력은 사라졌다. 나라는 점점 안정과 평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그 후로 폭군을 죽인 칼을 가지고 자취를 감추었다는 소문만 있을 뿐이다.







